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법과 정책

 

1. 자원순환기본법: 제로웨이스트 정책의 근간

한국에서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가장 핵심적인 법률은 바로 [자원순환기본법] 입니다. 이 법은 2018년에 시행되었으며, 그 목적은 ‘자원의 순환이용 촉진’과 ‘폐기물의 최소화’를 통해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이 법은 기존의 폐기물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원으로써 재사용과 재활용을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특히 ‘순환이용 우선순위’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자원은 처음부터 감량(Reduce) → 재사용(Reuse) → 재활용(Recycle)의 순서로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로웨이스트의 5R 원칙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 모두가 자원순환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2.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확대 적용

한국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를 도입해 제조업체와 수입업체에게 일정 비율의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제품을 만든 주체가 제품 사용 이후 폐기물 처리까지 책임지도록 하여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EPR 제도는 주로 전자제품, 타이어, 유리병, 종이팩, 플라스틱, 금속캔 등 다양한 품목에 적용되며,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합니다. 2021년부터는 포장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고, 특히 불필요한 다층 포장이나 비재활용성 재질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되었습니다. 또한, 환경부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포장재 등급제를 도입하여 기업들이 친환경 포장 설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소비자에게는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친환경적 제품 디자인을 강제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 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일회용품 규제 정책과 제로웨이스트 도시 시범사업

최근 한국에서는 일회용품 규제가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 정책’은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 플라스틱 빨대 등 다양한 품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카페, 편의점, 음식점 등 실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물리적 조건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로웨이스트 도시 시범사업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성동구, 종로구, 강동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포장재 줄이기, 리필스테이션 설치, 쓰레기 분리배출 강화 등을 실천하며 시민들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역의 실천이 연계된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4. 향후 과제와 지속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사회를 위한 제언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법과 정책은 점차 정비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첫째, 법령 간의 연계성과 현장 적용성에 있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강화되고 있으나, 대체 제품에 대한 기준이나 인증제도는 미비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둘째, 시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이나 지속적인 교육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규제보다는 인센티브와 정보 제공을 통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지원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생활 속의 작은 습관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필요로 합니다. 즉, 제도와 문화가 동시에 바뀌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제로웨이스트 사회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